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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F 장기투자라면… '환헤지' 걸지마세요

타도 2020. 4. 3. 09:53

[해외투자 '환헤지 전략'… 국민연금, 내년까지 환헤지 0%로 축소]

- 큰손들은 환헤지 안 하는 추세
했을때가 0.6~1%p 수익 높지만 헤지비용·위험 따지면 실익없어
장기투자는 '환노출'형이 나아

해외 투자 규모가 150조원에 달하는 국민연금은 내년 말까지 환헤지 비율을 0%까지 줄일 방침이다. 환헤지란, 환율 변동 위험을 낮추기 위해 일정 비용을 내고 현재 수준의 환율에서 계약을 고정시키는 것을 말한다. 작년만 해도 국민연금은 해외 채권에 투자할 때 환헤지를 100% 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는데, 이 비율을 점차적으로 축소해 내년엔 환헤지를 전혀 하지 않기로 했다. 국민연금에 이어 사학연금도 50% 정도인 해외 주식 환헤지 비율을 0%까지 낮추는 방안을 마련했다.

저금리·저성장 시대에 해외 자산을 늘려가는 큰손들이 환헤지에서 환노출 전략으로 투자축을 바꾸고 있다. 미국 금리 인상 기조로 한미(韓美) 정책 금리가 같은 수준(1.25%)에 도달하면서 생긴 현상이다. 앞으로 환헤지 비용이 더 커질 수 있고, 이렇게 비용이 늘어나면 환헤지 이득이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주된 이유다. 투자자 입장에선 금리가 비슷한 수준이라면 한국 원화보다는 기축통화인 미국 달러를 선호할 수밖에 없고, 때문에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조달할 때의 비용은 더 올라가게 된다.

홍춘욱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의 금리 인상이 예정되어 있기 때문에 현재 국내에서 연 2% 안팎인 환헤지 비용은 지금보다 더 비싸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환헤지를 하지 않으면 단기적으론 환율이 출렁일 수 있겠지만 5년 이상 장기로 투자한다면 환율 변동에 따른 손실 위험이 크지 않다"고 했다. 자산 가격이 일시적인 충격 때문에 급락하더라도 장기간으로 놓고 보면 그런 영향은 희석되고 언젠가는 제값을 찾아간다는 것이다.

◇환헤지 안 하고 투자하는 큰손들

키움증권은 18일 2001~2016년 중 미국 국채와 한국 주식에 절반씩 투자하는 포트폴리오로 투자했을 때를 가정해서 환헤지 유무에 따른 성과를 조사해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100% 환헤지를 했을 때의 수익률은 연평균 6.4%로, 환헤지를 하지 않았을 때의 수익률(연 5.4%)보다 1%포인트 높았다.

하지만 이 같은 결과는 환헤지 비용과 원금 손실 확률을 고려하지 않았을 때를 기준으로 한 것이다. 홍 팀장은 "당장 눈에 보이는 수익률은 환헤지를 할 때가 더 높아 보이지만, 환헤지 비용과 원금 손실 확률 등을 감안해 수익률을 따져보면 환헤지 실익은 거의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신흥시장 주식과 한국 주식에 반반씩 투자하는 포트폴리오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환헤지를 하면 16년간 연평균 7.4%의 성과를 올릴 수 있었지만 대신 원금 손실 위험(표준편차18.8%)이 크게 높았고, 오히려 환헤지를 전혀 하지 않는 경우의 수익률(연 6.7%)이 손실 위험도(표준편차 14.2%)를 고려하면 환헤지를 할 때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었다.

◇"장기 투자 땐 환노출형이 덜 위험"

송상종 피데스자산운용 대표는 "해외시장에 투자한다는 건 그 나라의 경제를 좋게 보기 때문인데, 환헤지를 해야 할 정도라면 애당초 그 나라에 투자하면 안 되는 것"이라며 "환헤지 비용이 들더라도 만족할 만한 수익이 난다면 괜찮은데, 꼭 그렇지도 않다"고 말했다.

장기 투자 관점에서 본다면 결국 환율은 계속 변해 가며, 언젠가는 원하는 수준까지 다시 회복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 국채와 한국 주식을 반반씩 투자하는 환노출형 포트폴리오의 경우, 최근 1년 성과는 연 6%에 불과했지만, 5년 투자 땐 연 6.4%, 10년은 연 8.3% 등으로 장기 투자일수록 크게 개선됐다.

☞환헤지(換hedge)

투자 대상국의 통화 가치 변동으로 생길 수 있는 손실 위험을 줄이고자 환율을 특정 시점 환율로 고정하는 것. 환헤지를 하지 않는 것은 환노출이라고 한다.